며칠 전에 와이프 임신소식을 알렸습니다.
태어나서 있었던 좋은 일 중 가장 좋았던 순간에 속했는데요,
역시나 어르신들 말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호사다마'
-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지난 달에 13년 된 고물차를 처분하고 새 차(역시나 중고차)를 뽑았는데 작은 차를 타다가 큰 차를 타니 차 폭에 적응이 어렵습니다.
조수석 쪽으로 버스 옆구리를 신나게 긁었네요. 귀신에 홀린 듯, 그렇게 내 생애 도로 상 첫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친 데는 없었고, 다행히 버스 안에도 승객이 없어 보험료 할증 안 되는 수준에 그쳤지만 자차 보험을 들지 않아 장안동에서 야메 도색 40만원으로 퉁쳤습니다. 퀄리티를 수준급이었지만...
아이고 내 생돈.
- 또 차를 긁었습니다.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너무 조수석 쪽으로 차를 붙인다는 걸요.
어제 퇴근길에 내 차 조수석 사이드미러와 폭스바겐 페이톤 차량의 운전석 사이드미러와 접촉했습니다.
상대 차량 운전자는 아리따운 여성분.
차에서 내려 90도를 꺾으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더니 이쁜 미소를 지으시며
'기스도 안 났는데요 뭘. 다음부턴 조심하세요' 라며 보내주셨습니다.
아이구 감사해라.
- 회사 월급이 안 나옵니다.
지난 주 새 직원을 뽑았지요.
당연히 회사 직원 나부랭이인 나는 '회사 상황이 나아졌으니 새 직원을 뽑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왠걸, 오늘 월급이 반토막이 되어 들어왔습니다. 나머지는 15일에 준다는 말과 함께.
아니 이보시오 사장 양반... 5일에 막아야 하는 카드값은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과거 이전 직장에서도 월급이 밀린 바 있어 같은 테크트리를 타야하나 걱정입니다.
이젠 홀몸이 아니라 가장이니 그 두려움 또한 이전의 것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 와이프가 아파요.
안 그래도 허리 디스크로 고생한 와이프가 최근에는 통증이 심해져 활동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아기집이 점점 커지면서 4번, 5번 척추를 압박해서 생기는 일인데...
원래대로라면 디스크를 치료하고 아기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예상치 않게 아기가 생기는 바람에, 치료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가슴이 아프네요. 뭘 해주고 싶어도 해줄 게 없어요.
- 가족 중 한 분이 심각하게 마음이 아픕니다.
워낙 오래 전부터 망상증에 우울증, 알콜 의존증까지 겹쳐 온 가족을 괴롭히던 가족분을 어찌해야하나를 놓고 상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결국엔 격리치료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는데 막상 실행에 옮기려니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격리치료가 답인 걸 뻔히 알면서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그렇게 되버리는 것이 아쉽고, 섭섭하고, 서운합니다.
그래도 전문가 소견으로는, 이 상태가 계속되다보면 자멸하는 것으로 끝이 나버리기 때문에, 그것도 꽤나 빠른 시일 내에 그리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모두 칼자루를 내게 쥐어줍니다. 내가 아끼는 분이지만 따지고 보면 내 피붙이도 아닌데.
그 분과의 인연은 아마도 시설에 내가 모셔다 드리는 것으로 끝이겠지요.
날 어찌 보시겠어요. 그 끔찍한 곳에 몰아 넣는 나쁜 놈인데.
그래도 치료를 받으면 어찌되었든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리 할 예정입니다.
다른 가족들도, 너무 다쳤어요.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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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끊었던 담배도 다시 태우고(밖에 있을 때만) 술을 먹을 땐 집에 갈 수 있을 정도의 정신만 남기고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예요. 술을 먹으면 얌전히 옷 벗어두고 식고 자거든요.
내년이면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잠깐 힘이 나지만 그래도 여전히 힘이 듭니다. 운이나 악운에도 몰빵이 있다면 왠지 내게 악운이 몰빵되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아기 악운이나 미리 끌어다 썼으면 좋겠습니다.
뭐.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