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고 긴 여정을 거쳐 마침내 마누라의 등딱지와 마주했다.
조상 중 하나는 토끼의 간을 구하러 육지에 갈 신하를 모집할 때 별주부와 마지막까지 경쟁했지만, 결국 간을 구하러 간 것은 별주부였다. 그러나 조상이 그 때 뭍에 올라갔다면 육지것들의 비정함을 보고 그 용감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마누라의 등딱지를 들었다. 물속에서는 그리 가볍더니만 육지에서 이렇게 무꺼운 까닭은 무엇일까. 가벼울 때 꼭 들어 안아줄 것을.
마누라의 등딱지에는 바다향이 아닌 육지것들이 채운 것들로 가득차 있었다. 씨앗을 제거해 쩌낸 찐득한 곡식, 식물을 쥐어짜내 만든 기름, 날짐승의 알... 집게발로 밥알들은 털어냈지만 육지냄새는 쉬이 가지 않았다.
등딱지로 엉금엉금 밖으로 기어나오니 마누라의 등빛처럼 붉은 노을이 바다에 넘실대고 있었다. 마누라 너는 바다로 다시 돌아갔구나.
게는 한창 노을을 바라보다가 등딱지를 들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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