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을 뜻하는 샐러리(Salary)는 라틴어로 소금을 뜻하는 살(Sal)이 어원입니다. 로마시대에 소금으로 봉급을 줬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왜 하필 소금일까요? 그리고 진짜로 소금을 돈 대신 줬을까요?
로마라고 하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로마는 거대한 교통망을 건설했는데 전성기에는 이탈리아 외부 13개 속주를 향해 29개의 고속도로가 뻗어있었고 지배력이 닿는 영토를 372개의 간선도로가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2000년전 제국이 건설한 도로의 총 길이가 경부고속도로의 1000배에 가까운 40만 킬로미터 이상이었다니 대단하죠. 그런 로마의 제1번 도로의 이름은 비아 살라리아(Via Salaria)입니다. 소금길이라는 뜻이죠. 다른 무엇도 아닌 소금을 운반하는 길이 로마제국의 첫번째 가도였던 셈입니다. 2600년전에 만들어진 이 길은 지금도 이탈리아의 4번 고속도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소금은 고부가가치 상품이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가축을 키울 때, 옷을 만들 때도 소금은 필요합니다(염색 과정에서 소금이 쓰임). 건국 초기 로마는 내륙국이었기에 이 중요한 전략물자를 전량 수입해야만 했습니다. 건국 후 약 100년이 흐른 뒤 로마에서 남서쪽으로 15킬로미터 떨어진 오스티아라는 지역을 정복하면서 염전을 얻게 된 로마는 자급자족을 넘어 다른나라에 소금을 팔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주 중요한 물자인 동시에 부를 축적할 수단이기도 했기에 로마 시대 초기에 건설된 도시들은 대부분 소금 산지와 가깝거나 접근하기 쉬운 곳에 생겼다고 합니다.
기원전 7세기, 로마는 오스티아 염전을 잃습니다. 지중해의 해수면 상승으로 더 이상 소금 생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로마는 소금을 얻을 다른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도로를 깔았는데, 그렇게 점점 길어진 도로가 바로 위에서 말한 비아 살라리아, 소금길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승전 포에니전쟁답게 포에니전쟁을 이긴 로마는 지중해 전역의 염전을 장악하게 되었고 새로운 점령지마다 제염소를 건설하면서 하얀 황금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거대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사실 로마는 소금으로 일어선 나라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로마인들은 소금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식생활의 질도 높아졌고, 심지어 정신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전쟁을 이기고 개선하는 장군에게 포상금으로 소금을 지급한 것 또한 소금이 얼마나 영광의 심볼이었는지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월급으로 주는 은화는 '소금 살 돈'이라는 뜻의 살라리움(Salarium)이라고 불렸는데 로마 병사들은 자신들을 흔히 소금 받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인간을 뜻하는 아리우스(Arius)에 살라리움을 합해 살라리우스(Salarius)라고 칭했습니다. 샐러리맨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답니다.
그리고 소금 덕분에 로마에서 발달한 음식 형태가 한가지 있죠. 샐러드입니다. 샐러드 또한 소금(Sal)을 뿌려먹는 다는 뜻의 살라타(Salata)에서 온 말로 오리지널 샐러드의 형태는 채소에 소금을 뿌리는 식이었습니다. 실제로 해보시면 알겠지만 맛있습니다. 날로 먹는 채소에 소금만 뿌려도 맛있어지는 건 당연지사. 양배추를 엄청 좋아한 로마인들에게 샐러드는 매우 좋은 요리였을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샐러드는 중세 유럽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는데요, 중세 사람들은 날음식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먹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중세를 지배한 민족이 척박한 북쪽에서 내려온 게르만족인 것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전통적으로 목축업을 중시했고 농업이라고 해봐야 보리 등을 재배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채소를 먹는 문화가 단절되고 만 것이죠.
분량 문제로 다음시간도 로마짠내편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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