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혹은 Salus)에서 샐러드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또 다른 소금과 관련된 음식이 하나 더 있답니다. 바로 소시지(Sausage)죠. 라틴어로 소시지는 살시쿠스(Salsicus)라고 불렸습니다. 앞에 붙은 Sal-이 바로 소금에 절였다는 뜻이지요. 소시지는 고대부터 이미 존재한 요리였지만 로마의 소금 생산량이 폭발하면서 소시지 요리가 자연스럽게 발달했습니다. 이게 지나쳐서 로마인들이<span style="letter-spacing: 0px;"> 너무 소시지를 많이 먹었던 탓에 황제가 소시지를 금지한 적도 있을 정도였습니다.</span>

 기독교가 국교로 인정되기 전 로마에서는 2월 14-15일에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 형제를 기리는루페르칼리아(Lupercalia)라는 축제를 열었습니다. <span style="letter-spacing: 0px;">그리고 이 축제의 대표 음식이 바로 소시지였습니다. 평소에도 좋아하던 소시지를 이때는 더 많이 먹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이 이틀간의 축제 기간동안 싱글 여성이 자기 이름을 적은 쪽지를 항아리에 넣으면 남자들이 이름표를 뽑아 일종의 블라인드 데이트를 하는 것이 허용되었고 이틀간의 교제가 끝난 뒤 사랑에 빠져 맺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발렌타인 데이의 기원을 여기서 찾기도 합니다.</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시간이 흐른 뒤 서기 306년 기독교가 국교로 공인이 되면서 소시지는 이교도의 축제 때 먹는 야만적인 음식으로 금지령이 내려집니다만 사실은 로마인들이 너무 많이 먹었던 것이 이유라는 설도 있습니다. 금식령 이후 로마에서는 금주법 시대처럼 소시지의 암거래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로마 시민의 계속된 반발로 인해 금식령은 철회됩니다.</span>

 우리나라도 소금이 풍부한 나라죠. 이런 나라에서 발달하는 음식이 하나 더 있죠. 바로 젓갈요리입니다. 가룸(Garum)이라는 이름의 생선 젓갈은 거대한 산업을 이뤘습니다. 로마 시대 어떤 요리책에는 대략 465가지 수록된 요리 가운데 4분의 3정도가 가룸을 사용하는 요리였을 정도로 가룸은 다양하게 쓰였는데요, 소스로, 요리 양념으로, 빵에 얹어서 등등 다양하게 먹는 걸 보면 김치에 액젓 넣고 새우젓을 국에 넣는 우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만 지역의 차이로 인해 주로 사용한 생선은 고등어, 참치 숭어 등이었다고 하네요.

 이러한 젓갈을 만드는 공장의 유적이 현재의 포르투갈 지역에 40곳, 스페인에 38곳 등 로마 전역을 합쳐 100곳 이상이었다고 하며 모로코에서 발견된 유적에서만 연간 생산량이 100만 리터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적 중 최대 규모인 곳은 스페인 쪽에서 발굴된 바엘로 클라우디아(Baelo Claudia) 인데 이곳은 모로코 유적의 약 1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짐작됩니다. 이만큼 소금을 사용한 염장업은 로마 수산업의 근간을 지탱한 산업이었습니다.

반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다음 시간은 빵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