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 폼페이를 덮쳐 한 지역을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자 로마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술을 못 먹게 되었거든요.
폼페이는 휴양도시이자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는 지역이었으며 동시에 와인 집산지이기도 했습니다. 괜히 폼페이가 술의 신 바쿠스를 섬긴게 아니죠. 지금도 보르도 등 유명한 와인 산지에서는 폼페이 상인의 문장이 새겨진 항아리가 발견된다고 합니다. 그런 폼페이가 저장고와 포도밭까지 포함해 싹 사라졌으니 큰일이 날 만도 합니다.
폼페이의 소멸 이후 이탈리아 반도 각지에서는 그동안 폼페이에서 수급하던 와인의 수량을 맞추기 위해 여기저기서 포도밭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채소밭을 갈아엎고 포도밭을 일구기도 했는데, 세월이 흘러 13년 후 포도나무가 클 때 쯤이 되자 공급이 과잉되어 와인값은 폭락하고 식품값이 폭등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AD92년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포도 재배를 제한하는 칙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죠. 로마 내에서 포도 재배가 제한되자 많은 포도밭이 칙령에서 제한한 범위 밖으로 밀려났고 이는 현재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와인이 대량 생산되는 이유가 됩니다.
근데...단순히 술을 못 먹게 되었다고 로마인들이 이 난리를 친 걸까요? 아닙니다. 당시 오염된 물을 정화할 방법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과 와인을 혼합해 마셨거든요. 와인 공급이 끊긴다는 것은 식수가 끊긴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였습니다. 로마가 이 중요한 자원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가 하면 또 기승전 포에니전쟁입니다. 와인 양조기술은 카르타고의 것이었으니까요.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카르타고의 농업기술을 완벽하게 흡수한 결과 풍요로운 와인 생산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span style="letter-spacing: 0px;"> </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로마인들은 하루 평균 0.5리터의 와인을 마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물의 정화를 위해서 대부분 마셨죠. 보통 식사 때 3분의 1 내지 4분의 1 정도로 희석해서 마셨다고 합니다. 로마 하면 상수도 시설이 매우 발달한 나라라는 것이 알려져 있지만 그건 목욕이나 세탁을 위한 물이지 식용은 아니었습니다. 상수도 정화시설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 소독과 정화를 위해 매일 와인을 마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노예도 와인은 배급을 받았으니 모든 사람이 와인 애호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군요.</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폴리니우스의 자연사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와인 중 품질 좋은 와인이 약 80종류가 있는데 그 중 로마산이 3분의 2를 넘는다고 기록했습니다. 좋은 것부터 질 낮은 것 까지 굉장히 다양한 와인이 존재했는데, 허브나 향신료를 첨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와인 중 콘디툼 파라독숨(Conditum paradoxum)이라는 와인은 포도주에 정향과 계피, 향신료와 과일을 넣어 끓여 마시는 것으로 프랑스의 따뜻한 와인 음료 뱅쇼(Vin Chaud)의 뿌리가 됩니다. 한편 군인들에게는 완전히 시어버린 포도주인 포스카(posca)를 지급했는데, 군인들은 허브와 함께 물에 타서 마셨습니다. 식초를 탄 듯 새콤했기에 마시면 갈증 해소 효과가 탁월했다고 하며 열량도 높은 편이라서 비상식량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다가 치료용으로도 사용했다고 합니다.</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이렇게 쓸모가 많다보니 로마 제국의 연간 와인 소비량은 약 1억 8000만 리터 가까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의 와인 소비량이 2016년 기준 3420만 리터로 약 5분의 1 수준이구요. 물론 물처럼 와인을 마셨던 나라와 비교를 하면 안되겠죠. 그럼 물처럼 마시는 나라를 봅시다. 2018년 프랑스의 소비량은 26억 8000만 리터. 음...로마보다 많군요. 그래도 현대 프랑스와 15분의 1 수준이면 엄청난 양이긴 합니다.</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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