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퇴사 1일차. 점심식대도 안주고 산재도 처리 안해주며 휴일에도 일하고 주말출근도 요구하는 잡플래닛 1.2점짜리 회사를 탈출하고 나니 아주 편안하다. 오전 내내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오전 11시쯤 카톡이 하나 왔다. 내가 학부 시절 수업을 들었던 강사 선생님이었다. 학교 선배이기도 한 분인데 얼마 전에 시립합창단 지휘자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런 분이 연락 달라고 전화번호를 주시길래 전화를 했다. 지금 들어간 합창단에 사람이 좀 필요하니 객원 단원이 되어달라는 부탁이었다. 돈은 얼마 못 받아도 지금 음악활동에 굶주린 상황이니 수락했다. 그래도 시립합창단 단원이긴 하니까 경력에 한 줄 쓸 거리는 된다.
10월 2일
저녁에 같이 유학했던 친구들을 만났다. 동문회를 정식 음악 단체로 등록을 하기 위해 정관을 만들자는 얘기.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민간 음악 단체로 등록이 되어 있으면 활동하기 편하긴 하지. 발기인이 되기로 했다.
10월 3일
개천절...이지만 모 출판사의 합창음반녹음 작업에 참여했다. 하루동안 20곡을 녹음해야 해서 1곡당 15~20분 안에 합창곡을 익히고 불러야 해서 대부분 3~4번 부르면 다음곡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그래도 다 전공자들이니까 이렇게 하는거지. 10만원 준다고 들었는데 15만원을 주더라.
10월 4일
지난 6월에 미국에 가지 못해 서랍 속에 잠자던 2천달러를 환전했더니 19만원이 추가로 생겼다. 환전 후에는 간만에 학교에 갔다. 10월 8일에 동문회 모임 때 노래를 해야 해서 반주해주는 동기와 만나 곡을 맞춰보기로 한 것이다. 연주가 결정이 났을 때는 회사 다니면서 이 컨디션으로 과연 노래가 될까 했는데 다행히 한 주 정도 시간이 생겨 폼을 끌어올릴 기회가 생겼다.
동기가 아직 수업중이라 그 사이 교수님들 만나서 인사 좀 하고 가려는데 교수님이 자기가 하는 학교 합창단에 들어오라 하셨다.하지만 그쪽 연주회가 너무 코앞이라 내가 지금 들어가 연주 준비하기는 버겁다고 하고 넘어갔다. 지금 생계가 막막한데 내가 거기까지 할 겨를은 없다.
동기와 반주와 노래를 맞춰본 뒤 거의 15년만에 학교 근처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었다. 밥값은 환전으로 생긴 꽁돈으로 냈다. 밥 먹고 나서는 학교 졸업연주회 합창단 연습에 들어가 노래를 했다. 오늘 처음 받은 악보라 많이 버벅거렸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박사인데 이 정도로 악보를 못 따라가나 싶어 다음 연습까지 악보를 좀 봐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음악 관련으로 일이 좀 생겼지만 여전히 그 그지같은 회사 월급보다도 벌이는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계에 발을 걸치고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순간이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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