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합창단에서 요즘 계속 연주하고 있는 곡. 잘 만들어진 곡이고 내용도 좋습니다.
그래서 보면서 참고용으로 쓰기 좋으라고 내맘대로 코멘터리를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음악보다는 역사 쪽 내용 위주로 담고 있습니다.
1-1 육룡이 나라샤
0:59 연주의 시작을 법구사물(法具四物)인 목어, 법고, 운판, 범종이 알립니다. 물 속, 땅, 하늘, 세상을 깨워 새로운 왕조의 도래를 알리는 모습입니다.
3:56 용비어천가 1장의 가사입니다.
"해동(우리나라)의 여섯 용이 날으시어 그 행동하신 일마다 모두 하늘이 내리신 복이시니"
4:32 '육룡'에 해당하는 여섯 인물 목조(이안사), 익조(이행리), 도조(이춘), 환조(이자춘), 태조(이성계), 태종(이방원)이 순서대로 등장합니다. 태조 이전의 목조부터 환조는 태조의 고조부, 증조부, 조부, 부친으로 목조의 5대손인 태종이 1411년 묘호를 올려 추존된 국왕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조선 국왕 이름 외울 때 태정태세...중 두번째인 정종은 쏙 빠졌습니다. 정종까지 들어갔으면 칠룡이 되었을까요? 태종에게 일찍 양위하면서 명나라의 책봉을 못 받은 왕이기도 했고 용비어천가를 편찬한 세종에게는 직계가 아닌 큰아버지였으므로 아쉽게도 육룡이 날 때 정종은 날지 못했습니다.
4:50 위화도 회군 이후 꿈에서 천명을 듣는 내용이 용비어천가 13장에 나와 있습니다.
"천명을 모르시므로 꿈으로 (그 천명을) 알리시니."
5:47 자막은 솔로 파트만 나와 있습니다만, 합창단이 외치는 소리는 종묘제례악 중 귀인 (歸仁)의 초반부 가사입니다. 본 곡에서는 황의상제 구민지막 내권오구 내천명덕 까지만 사용되었습니다.
황의상제(皇矣上帝 ) : 위대하옵신 상제께서,
구민지막(求民之莫 ) : 백성들의 안정을 희구하셨도다.
내권오구(乃眷奧區 ) : 이에 나라 안을 돌보시며,
내천명덕(乃遷明德 ) : 이에 지극한 덕을 내리시옵고,
인불가시(仁不可矢 ) : 인인을 잃지 않게 하시와,
우서경종(于胥景從 ) : 뭇사람이 다 함께 좇도다.
위 내용은 익조 이행리를 찬양하는 것으로, 당시 몽골의 천호였던 그를 죽이기로 모의한 여진족 천호들을 피해 덕원으로 피하자 그를 따라 많은 고려인들이 함께 이주한 것을 말합니다.
이 시기 내용은 용비어천가 4~5장에 나와 있습니다.
"야인(여진족)들이 모여 사는 가운데에 가시어 그들이 침범하자 덕원(德源)으로 옮기신 것도 하늘의 뜻이시니"
1-2 뿌리깊은 나무
7:23가사 내용은 용비어천가 2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아무리 센 바람에도 움직이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고 솟아나므로, 내가 되어서 바다에 이르니."
1-3 기근
12:37 자막의 내용은 세종실록에서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모두 온라인으로 열람 가능합니다.
1-4 어린 백성
18:51 시작부에 철현금 소리가 들립니다. 철현금은 의외로 20세기에 개발된 악기입니다.
22:08 이두(吏讀, 吏頭)는 삼국시대 때 부터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한자를 사용한 표기법을 말합니다. 결국 한자를 읽을 줄 알아야 쓸 수 있다는 맹점이 있지만 그래도 한문을 그대로 익히기보다는 쉬운 방법이었습니다. 세종 13년 강원도에서 한자로 된 상정원육전을 거두어들이고 이두로 된 원육전을 인쇄해서 반행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신하들이 먼저 건의했고 세종이 윤허했습니다.
22:34 세종 10년 진주 사람 김화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 강상죄를 저지르고 법대로 능지처참을 당합니다. 세종은 이에 "이제 아비를 죽이는 자가 있으니, 이는 반드시 내가 덕(德)이 없는 까닭이로다"라고 말합니다. 세종의 발언은 다음 곡인 "탄식"의 모티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1-5 탄식
24:57 철현금 산조(진양조)로 시작합니다. 훈민정음 창제의 배경이 백성을 위한 것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2-1 비밀의 방
33:07 사용된 악기는 운라입니다.
이 곡에서 세종은 여러 외국어를 연구하며 한글을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는 산스크리트 글자(범자) 참고설(신미대사설), 원나라 파스파 문자 참고설(개리 레드야드 주창) 등등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 이전에는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설명한 문헌이 없어서 여러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인데, 해례본 발견 이후 학계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나와 있듯이 조음 기관 모방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일부 자음을 만들 때 외국 문자를 참조했을 가능성은 있지만...관련된 확실한 자료가 없어서 이게 맞다! 할 수는 없겠지요. 글자 형태를 참고했든 아니든 그걸 가지고 만든 한글의 구성 원리나 체계가 전부 세종대왕의 위대한 창작인 것이라는 것은 이견이 없습니다.
33:57 합창단이 부르는 것은 인도유럽어족의 조상인 산스크리트어(범어)의 자모(순음, 치음, 구개음, 단모음, 이중모음)입니다.
34:50 힌두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가 섞여 나오고 있습니다. 세 언어 모두 산스크리트어에서 파생된 대표적인 언어들입니다.
मनु नुष्य 마누샤(힌디어) มนุ นุษย์ ย์ 마눗(태국어) manusia 마누씨아(인도네시아어) : 인간
सूर्य쑤리어(힌디어) สุริยะ 쑤리야(태국어) surya 쑤리아(인도네시아어) : 태양
भूमि 푸미(힌디어 ภูมิ 푸미(태국어) bumi(인도네시아어) : 땅
एक 엑(힌디어) เอก 엑(태국어) eka에까(인도네시아어) : 하나
dwi(인도네시아어) 둘
अनेक 아넥(힌디어) อเนก아넥(태국어) aneka 아네까(인도네시아어) : 많다
35:50 혹시나 해서 세종실록을 '경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봤습니다만 상중이거나 천재지변이거나 중국의 사신이 온 때 등이 아니면 세종은 경연을 쉰 적이 없었습니다. 서사를 위한 허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나저나 경연으로 검색하니 관련 기록이 2천개가 넘어서 읽다 보니 눈이 아플 지경이군요.
36:25 잘 들어보시면 소프라노 파트는 자막의 가사를, 알토와 베이스는 초반에 나왔던 산스크리트어를, 테너는 "가갸거겨구규그기"를 부르고 있습니다. 사실 "가갸거겨..." 순서는 중종 때 훈몽자회(1527)에서 처음 나타나므로 세종 때는 순서가 달랐겠지요. 역사에 충실하게 부른다면 "ᄀᆞ그기고..."순서가 되어야겠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2-2 헤와 달
37:20 세종, 소헌왕후의 이중창과 여성합창으로 구성된 곡입니다. 전반부는 고려의 고승이자 무학대사의 스승으로 알려진 나옹 화상의 한시에서 가져온 가사입니다. 외척의 발호를 막기 위해 친정이 모두 숙청된 아픔을 겪고서도 조선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왕비로 불린 소헌왕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2-3 소리글자
42:41 1-1의 테마가 다시 들리는군요. 훈민정음을 설명하는 내용은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볼 수 있습니다.
2-4 상소문
46:38 집현전의 수장인 최만리는 훈민정음의 반포를 반대합니다(이 기록 덕분에 훈민정음 창제 계획은 집현전 학사들도 몰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창제를 반포한 것은 아니었지요. 창제는 괜찮지만 널리 쓰이는 것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근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조선을 퇴보시킨 사대주의자라고 비난받지만, 당시 중국에 대한 사대는 절대적인 법칙이었으므로 이는 별 문제가 안됩니다. 가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명나라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걱정되었을 겁니다. 다행히 이 시기 명나라의 정통제(천순제)는 어렸고 세종은 지극히 열심히 명나라를 섬겼던 덕분에 별 탈은 없었습니다.
3-1 반포
51:49 대취타는 임금과 고관들의 행차와 군대 행진 때 연주된 곡입니다. 가사는 훈민정음 언해본의 내용을 따르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1443년 12월 창제되었지만 반포는 3년 후인 1446년 9월로 약 3년간 궁중에서 먼저 사용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고 다음었습니다.
3-2 궁녀들의 노래
55:00 우리가 '궁서체'라고 부르는 한글 서체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입니다. 이 서체의 확립은 조선 중기 정조시대쯤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궁에서 썼다고 해서 궁체, 궁서체라고 불렸다 합니다. 세종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은 서체겠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3-3 한글
58:09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과 한글의 우수성을 찬양하는 곡입니다. 훈민정음은 28자로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24자만 사용되고 있어 현재의 한글은 창제 당시의 훈민정음보다 표현할 수 있는 발음 수가 적습니다. 현대 표준어에 사용되는 발음은 다 표기할 수 있겠으나...외국어나 사투리 중에 표기 못하는 발음도 있으니 세상 모든 소리를 표현한다는 건 사실 좀 과장이지요.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3-4 위대한 유산
1:03:29 세종의 솔로곡.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울 덤어 세월이 흘러도 한글이 문화를 꽃피울 밑바탕이 되어 위대한 유산으로 남을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3-4 백성의 나라
1:08:49 이전에 나왔던 음악의 테마들이 섞이며 한글을 통해 이 나라가 글자로 쉽게 소통하여 모든 이가 밝은 눈으로 세상의 이치를 아는 백성에 나라가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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