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전 크루즈에서 일하던 시기의 이나 부드니츠카>
"아뇨, 그럴리가요!" 존스는 질문에 중격받은 듯 보였습니다. "말도 안돼."
"당신이 이 여자를 개 패듯이 두들긴 다음에 밖에 던져놓고 떠난게 아닙니까?"
"아니라니깐요"
"그럼 DNA 샘플을 제출하는 데 동의하시겠습니까?"
존스는 즉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고, 이 모습은 푸트 형사가 보기에 이 남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언제 확실한 범죄 용의자가 자기 손으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던가? 푸트 형사는 바로 동의서에 사인을 받은 다음 DNA 키트를 꺼내서 면봉으로 존스의 입안을 긁어서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온 뒤 그는 브레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쟤는 아니야."
"그 새끼 맞습니다." 브레넌은 이미 며칠 전에 아들과 함께 혼자 프레데릭으로 날아와 존스와 3일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습니다. 물론 존스는 모든 것을 부정했습니다.
플로리다로 돌아오고 나서 또 몇달이 지난 어느 날, 브레넌은 경찰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푸트 형사였습니다.
"이거 믿겨지려나 모르겠네"
"뭐?"
"자네가 맞았어."
존스의 DNA는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정액과 일치했습니다.
푸트 형사는 이 떡대를 체포했습니다. 브레넌은 형사를 만나기 위해 다시 프레데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지요. 그가 사건을 맡은 지 11개월이 지난 때였습니다. 푸트 형사는 여성을 강간, 납치, 폭행한 중범죄를 저지른 죄목으로 존스를 기소했습니다. 피의자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투박한 프레데릭 경찰서의 취조실에 앉았습니다. 볼티모어 레이븐즈 티 안에는 거대한 뱃살이 늘어져 있었고 의자는 그의 몸을 감당하기에 너무나 작아 보였습니다.
존스는 그 몸집과 큰 제스처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반복해서 모든것은 부정했습니다. 항의를 하면서도 화를 내는 모습은 없었으며 자시는 절대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에게 그런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마이애미에서 자신이 만난 여성에게 돈을 지불하고 섹스하는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때리거나 쫓아낸 적도 없다고 합니다. DNA검사 결과가 피해자의 체내에서 발견된 샘플과 일치한 것에 대해 그는 인정했지만 상대는 100달러를 지불하고 산 창녀였으며 관계 후 그녀가 떠날 때 매우 취해있기는 했어도 사지가 멀쩡한 상태였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취조 중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의 당시 사진을 보여주자 "난 저 여자를 때린 적이 없어요"라며 사진을 밀어냈습니다.
"내 평생 여자를 때려 본 적이 없단 말입니다."
브레넌은 그럼 왜 체크아웃을 이틀이나 앞두고 새벽 다섯시에 캐리어를 끌고 나갔는지, 캐리어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물었습니다. 존스는 캐리어에 옷과 신발, 비디오 게임을 넣었다고 말했습니다.
"떠나는 날이 그날인지 다음날인지 헷갈렸어요. 날짜를 잘못 계산했는지도 모르죠. 썅, 이제 좀 끝냅시다."
브레넌의 마지막 유도심문은 아주 작은 질문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나갈 때 문틈으로 캐리어가 빠질 정도로 무거워서 두 손으로 끌어당겨야 했던 이유를 말해달라고 묻자 존스는 지금 생각났다면서 캐리어에 두꺼운 책 몇 권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책을 좋아한다면서요. 그러나 브레넌이 그래서 무슨 책을 넣었는지 제목을 말해보라고 질문하자 존스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한 권도 대답하지 못했죠. 하지만 존스는 일관되게 피해자는 창녀이며 자신은 정당한 금액을 주고 성관계를 했고 폭행을 당한 것은 다른 곳에서 나중에 일어났으니 이번 사건은 자신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DNA검사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스의 한결같이 고분고분한 태도는 사람들에게 신회를 주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 합법이 아닌 지역에서 성매매를 하려다 잡힌 기록이 있어서 오히려 그가 일관성 있게 행동했다는 증거 또한 충분했습니다.
법정에서도 그는 침착하게 자신의 주장을 견지했던 반면 피해 여성의 증언은 형편없었습니다. 여러 사진 가운데 존스의 모습을 맞춰내긴 했으나 여전히 그날 밤의 기억은 확실하지 않았고, 존스를 사건 전에도 본 적이 있긴 하다는 말을 하면서 과연 저 사람이 범인이라서 알아본건지 그냥 호텔에서 자주 마주쳐서 그런건지 불분명했습니다. 처음 했던 증언 또한 브레넌이 찾아낸 피고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에 푸트 형사마저도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존스는 2년형을 선고받습니다. 검사가 성폭행은 인정하되 다른 죄목에 대해서는 혐의가 확실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 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에 브레넌은 매우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존스는 연쇄 강간범이 분명했습니다.
"한번만 했을 리가 없습니다. 저건 괴물새끼에요.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자리를 골라 취직하는 거나 비디오에서 보이듯이 노련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도 그렇고. 필요 이상으로 차분한 것도 이상합니다. 저번에 받은 DNA를 시스템에 넣어야 합니다."
그가 말한 '시스템'은 Combined Index System, 줄여서 CODIS라고 부르는 FBI의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를 가리킵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800만개 이상의 DNA 샘플 전부가 등록되어 있는 곳으로 범인이 밝혀지지 않고 미제 사건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정보는 그대로 저장해뒀다가 나중에 발생한 사건에서 채취한 DNA정보와 대조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해마다 기록이 늘어나면서 상상조차 하지 못 할 정도로 멀리 떨어진 장소와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진 사건이 사실은 같은 범인에 의한 것임을 밝히게 된 경우가 10만건을 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이애미 경찰은 존스의 DNA를 2006년 말 CODIS에 넣었습니다. 이 이야기 시작할 때도 말했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몇 달이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미제 성폭행 사건 세 개에서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경찰의 성폭력 담당 형사 테리 드럼스튼은 오랫동안 미궁에 빠진 사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파란 눈의 금발 여성으로 2005년 12월 1일 처음 보는 안경쓴 거구의 흑인남성이 자신의 아파트까지 차를 태워준다기에 받아들였다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입에 재갈이 물리고 손이 묶인 채로 강간을 당하게 됩니다. 조사가 벌어지던 사이 콜로라도 쪽 피해 여성은 사건과 무관한 이유로 이미 사망했습니다. 아무런 추가 단서를 찾지 못한 채로 2년이 흐른 어느날, 갑자기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마이클 리 존스가 범인이라는 정보가 뜬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두 피해자는 뉴올리언스 지역에 있었습니다. 그 중 한 건은 2003년 5월 3일 파티를 즐기던 금발 여성에게 일어났습니다. 그녀는 호텔로 돌아가려고 택시를 잡고 있었는데 똑같이 안경쓴 커다란 흑인 남성이 도로변에 차를 천천히 세우더니 호텔까지 태워주겠다는 말에 따라갔다가 허름한 오두막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맙니다. 범인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누른 채로 그녀를 폭행했는데, 그녀가 저항하면서 이 사이에 피부 조직이 남을 정도로 강간범의 손바닥을 물어뜯었다고 합니다. 강간 후 범인은 피해자를 오두막에 남겨둔 채 떠났고, 그녀는 바로 뉴올리언스 경찰에 신고하고 강간범의 정액을 샘플로 냈습니다. 이 사건 또한 마이클 리 존스의 범행임이 CODIS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다른 한 건의 피해자는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내용이었습니다.
플로리다에서 받은 2년형이 끝나가던 존스는 다른 세 건의 범행이 벌어지던 문제의 시간대에 콜로라도 스프링스와 뉴올리언스에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곧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법정에 불려갔습니다. 이미 콜로라도 사건의 피해자는 사망했기 때문에 지방 검사 브라이언 세실은 대신 다른 두 건에서 같은 DNA 증거가 나왔던 피해자를 '마이애미 증인'와 '뉴올리언스 증인'이라는 이름으로 소환했습니다. 세실은 이 모든 사건에서 동일한 범행의도와 계획을 보였으며 이것이 정액과 함께 존스 특유의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올리언스 사건의 피해자의 증언은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녀의 기억은 아주 또렷했으며 단호한 어조로 6년 전에 존스가 저지른 범행과 자신이 당한 참상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그러나 마이애미 쪽 증인은 2년 전 법정에서 검사를 혼란하게 만들던 그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처참한 영어 실력도 여전했던 탓에 존스의 변호사는 이 때를 틈타 피해자의 증언이 경찰조사와 다르다며 지적했습니다.
존스는 콜로라도 쪽 사건에 대해 모든 죄목을 부정했습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자신의 변호사에게도 무죄라고 말했습니다)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은 합의를 통한 섹스를 했으며 강간이 아니라 매춘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두 곳에서 똑같은 신체 특징을 지닌 범인에게 같은 패턴으로 폭행을 당한 두 사람을 다 창녀였다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 소리였습니다. 세번째 사건에서는 확실이 목을 조른 흔적 또한 남아있었던데다 피해자들이 창녀라는 증거 또한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정적으로 DNA라는 강력한 증거가 남아있었죠.
존스는 콜로라도의 교정시설에서 사실상 종신형을 살게 되었습니다. 폭행과 강간으로 최소 24년과 추가로 최소 12년 이상의 형량이 구형되었습니다. 가석방 공판을 받기 위해서는 깎을 수 없는 24년을 복역한 뒤인 2032년이 되어야만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08년 당시 38세였으므로 아마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으로 짐작됩니다.
마이애미 사건의 피해자 이나 부드니츠카는 호텔과 호텔 경비업체로부터 30만달러의 보상을 받았습니다.
켄 브레넌은 마이애미에서 탐정 일을 계속 했습니다. 그는 존스를 잡아넣은 일을 매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처음 그 자를 잡게 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다른 사건에서 DNA 파일링을 더 광범위하게 체크하게 되면 아마 더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그의 예감은 꽤 잘 맞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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