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갑을 열어 나를 잘 모르는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
친구를 멀리 떠나 보낸 후 누군가와 깊은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다.
나의 다른 것을 갈구하고 그것이 채워지면 연락을 하지 않는 이들로 가득하다.
<span style="letter-spacing: 0px;">삶은 혼자 사는 것인 데 왜 나는 나를 보고 나를 이해하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는가.</span>
닿지 않는 등에 상처연고를 바르려다 포기하고 엎드려 누웠다.
쓰라린 상처 위로 누군가 바람을 불어주었으면 한다.
내 맘을 아는 지 선풍기는 회전을 하며 마치 누군가의 숨처럼 등 위로 슬쩍슬쩍 바람을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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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신간들의 제목을 기뻐하며 한 가득 손에 책을 들고 나오다 광고를 보고 낙담하기 시작했다.
<span style="letter-spacing: 0px;">이젠 읽지 않고 듣는단다. 읽는다는 행위마저도 타인에게 맡기는 세상이 왔다.</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 </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난 이제 도태시기를 맞이하는 오래된 구형모델이 된 느낌이다. </span>
12km의 연비를 지닌, 이젠 가끔 쿨럭거리며 CD플레이어가 작동되는 12년된 내 차처럼 말이다.
창문을 열고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피식 웃어본다. 내년엔 연비가 13은 나올려?
매년 연비가 나빠지는 내 몸뚱아리를 보면서 헛된 기대를 하는 것처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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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말을 했을 때는 믿지 않았지.
그냥 너희들이 알고 있는 종이에 인쇄된 대사처럼 '너두 어쩔 수 없이 사람이구나~' 했지.
나중에 너희가 아는 것이 사실이 아님에도 '뭘 그런 걸 가지고' 하면서 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믿지 않았지.
내가 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땐 듣지 않았지.
그리고 난 기다렸지.
그리고 내 말이 맞고 너희들이 나를 다시 찾았을 땐 난 이미 그 자리에 없었어.
내가 없다는 걸로 너희는 이제 다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거란 걸 알아.
그게 난 짜증나.
누군가에겐 비현실적인 일이 현실이고 일어났던 일인 데 너희들에겐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라 치부하며 웃어넘기지.
삶이 컨베이어벨트 위의 상품처럼 그대로 이동해왔던 너희들이 벨트 바깥의 이야기를 어떻게 알겠냐만.......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네.
그래서 내가 너희가 말하는 경제적 지표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살짝 조금 더 행복해보이니 그게 싫어서 연락을 안받는 거라면 40년이란 세월동안 알아왔던 인간관계란 게 얼마나 의미없는 지를 알게 된다.
사람관계란 시간의 길이보다 사람 그 자체의 무게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이 나이가 되어도 배울 것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데 짜증이 먼저 나니 난 아직 배우고 채워야할 부족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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