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컷 하는 걸 가르쳐주어서 도전해보았다. 층을 매우 많이 낸 긴머리. 제일 짧은 앞머리를 제외하고 옆은 턱에 닿는, 그런 머리. 예상대로 가위질이 약간 서툴렀지만 반곱슬 자연스런 웨이브를 가진 나에게는 표시가 나지않게 잘 잘라졌다.미용실 다녀온 것처럼 머리가 가벼워졌다. 그동안 나는 미용실을 멀리하고 줄창 기르기만 했기때문에- 왜냐면 미용실에만 가면 단발병이 도지기때문...- 끝이 많이 상했었는데(드라이기와 등등을 사용하지않아도 워낙에 잘 상하고, 또 머리를 기르려면 잘라가며 길러야 건강하게 기를 수 있음) 샴푸할때 뻣뻣했던 부분이 싹 잘려나간것 같았다. 보드라와 ♥ 트리트먼트를 듬뿍 바르고 비닐캡을 쓰고 글을 싼다. 유학하던 시절 미용비가 비쌌기때문에 천오백엔짜리 숱가위를 일본에서 샀다. 그리고 그 당시엔 숱을 가볍게 친 샤기컷이 유행해서 지금도 단정한 샤기컷정도는 혼자 자를 수 있다.기숙사에는 친했던 일본인 미용사도 있었기때문에 금방 배울 수 있었다. (그에게는 나의 칠흑처럼 검고 긴 머리를 자르게 ,염색,파마연습하게해주고 한국음식을 대접하며 기술을 조금 배웠음 ㅋㅋ)백곰의 구렛나루는 항상 본체에서 독립하고 싶어하기에 자주 손질해주어야 한다. 나 자신을 거쳐 남동생, 이제는 남편까지. 카타야마에게 신세를 졌다. 요즘 미용비용이 너무 비싸다. 배워둔게 다행이다 싶음. 내가 개발은 아니라 다행이다.
메일친구가 생긴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아이가 셋 있는, 여성분. 그 게시판에 몇번 정보글을 썼고 내내 기분이 좋지않았기때문에 전환점삼아 집에 있던 내게 쓸모없지만 타인에게 유용할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무료나눔했었다. 그 당첨자. 내가 메일을 확인하지않는 동안 몇번이고 짧게 짧게 메일이 와 있어서 놀랐다. 아이들과 썰매를 타러갔던 얘기, 혹시 기분 나쁘진않냐고 스토커는 아니라고 걱정하며 가끔 메일써도 되겠냐는 얘기. 그런 소소한 얘기부터 조금 무거운 경험들이 써 있어서 놀랐다. 타인에게 이렇게 속에 있는 얘기를 터놓을 용기,를 가진 사람들은 항상 빛이 나곤했다. 나는 내 얘기와 요다의 야기를 조금 적어 답장을 보냈다.아이도 가정도 어느정도 자리가 잡힌 것 같아 보이는, 얼굴이 하얗고 예쁜 사람이었다. 턱 아래로 떨어지는 단발머리가 어려보이는 여자. 예뻐보이는 립스틱을 샀다고 아주 좋아하며 메일을 보내서 , 조금 웃었다.
12월도 절반이나 지나갔다. <span style="letter-spacing: 0px; line-height: 1.6;">왜 우울했었나 싶었더니 곧 그 사람의 기일이었다. 겨울은 이래서 싫다니까. 겨울개객끼조시나까잡숴. </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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